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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분을 선물 받은 게 반 년도 더 된 듯하다. 그동안 꼬박꼬박 열심히 물주고 들여다 봤는데도 당최 자라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었다. 혹시 가짜 아냐. 플라스틱인걸까. 이파리를 조금 뜯어보기까지 했더랬다. 분명 살아있는 건 맞는데 왜 안 자랄까. 내내 궁금하기만 했었다.
그런데 이 봄. 드디어 새싹을 밀어올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이렇게 쑤욱 자랐다. 성마르게 보채다 포기할 때쯤, 나 이렇게 살아있어요 하듯 생기 가득하게. 그동안 애면글면 보챈 마음이 미안해진다.
저도 때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만물이 다시 생동하는 이 봄을. 그 시간을 기다려 저리 꿋꿋하게 싹을 밀어올리고 있나 보다. 거 봐. 나 이렇게 건재해라고 말하듯이.
오늘 또 하나 배운다. 진득하게 묵묵히 기다려야 되는 일이 있다는 걸. 아픔의 기억조차 희미하게 만들고 아예 무감정이게 만들 수도 있는 게 시간이니, 그 시간에 기대어 지금 이 순간을 차곡차곡 가꾸기만 하면 됨을!
어쩌면 내 안의 나도 이렇게 묵묵히 지켜보며 기다려주노라면, 적당한 때에 싱그런 새싹 다시 밀어올릴 수도 있겠지. 살포시 기대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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