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꽂

백수가 되고 시간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 실제로 시간은 넘쳐나는데
없는 시간 쪼개어 출사하던 때보다
훨씬 게을러졌다.
마음은 무슨무슨 고택을 향해 달려가 있는데
당최 몸을 부릴 생각을 안하고 있다.
이러저러 핑계가 넘쳐난다.
규칙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곳 탐조하고 들어오면
다음 날은 진종일 침대에서 슬라임처럼 녹고 있고
이 체력으로 출사까지는 무리야 라든가
뭐 기타등등 기타등등...
게다가 간신히 기운차리면 또
이곳저곳서 들려오는 새들 소식에
결국 출사를 미루게 되곤 한다.

태풍이 올라와 주중에 비가 올 거란다.
그럼 탐조하러 못 가겠구나 하는 생각에
폭염이 최고조일 거라는 기상청 뉴스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나선다.
그곳에서 만난 배롱나무꽃.
애초에 가보려 했던 곳에 비할 수는 없겠으나
그래도 이렇게 만난 게 반가워
새들 만나기 전에 잠시 머문다.
그러면서 가슴이 몽글몽글 뜨거워지고
병산서원이든 논산의 종학당이나 명재고택이든
어디든 달려가고 싶단 열망이 인다.

탐조용 카메라도 찍은 거라 좀 그렇지만
뭐 다른 카메라였대도 실력이 그저 그러니
특별히 다라질 건 없겠지만
여튼 잠시 이렇게 있는 시간이 참 좋았다.
오랜만에~!^^

230807_달날
유스티나 푄F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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