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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랑 종알종알 ◈

#기억이란...



#Hawfinch #콩새


아주아주 오래 전,
새를 작정하고 보러 다니지 않던 때,
방학만 하면 며칠씩
사진여행을 떠나곤 했더랬다.

그렇게 사진여행을 하러
남녘의 어느 사찰에 오르던 날이었다.
길을 막고 열심히 바닥에서 뭔가를 먹는 새가 있었다.
두툼한 부리로 오물오물.
그러느라 부리 주변은
딱 저 녀석처럼 뭔가가 잔뜩 묻어 있더랬다.





그날 함께한 이가
'콩새'라고 이름을 알려주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녀석을 볼 수 있는 건
엄청난 행운이라면서.

그때 내 손엔 50미리 단렌즈를 물린
카메라가 들려 있었는데,
그걸로도 지금 저 녀석보다 더 선명하고
크게 담을 수 있었다.






지난 번 전시회 준비를 하느라
사진첩을 뒤적이다
그 사진을 다시 보게 되었다.
사진 속 녀석의 눈을 보는 순간,
지워졌던 기억이
고구마 줄기에서 주렁주렁
열매가 딸려올라오듯 툭툭 튀어나와
잠시 당황했더랬다.
한바탕 휘저어진 맘자리가
흑탕물 뒤적여진 웅덩이 같았더랬다.
말라비틀어져 습기 빠진 나뭇잎처럼
바싹 말랐던 그 무엇인가가 반짝 되살아나
맘자리가 잠깐 출렁했더랬다.




지난 달 경안습지에서 이 녀석 봤을 때
그날 그 시간이 또 떠올랐었고
꼭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사진을 담아온 지 이십여 일이 지났는데도
그냥 덮어두고 있었더랬다.

.
.
.

이젠,
올려도 될 것 같다.

240207_불날
유스티나 푄Fhon

#탐조 #탐조일기 #새 #새보기 #자연관찰
#photolog #birdphotography #birdstagram #photoessay
#birdwalk #birdholic #withBirds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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