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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숲을 거닐며 ◈

해질 무렵 -황석영 지음

<해질 무렵> _황석영 지음

 

각각의 실이었던 것들이 씨실과 날실로 서로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완성되는 구조이다.

우리네 삶은 어쩌면 소설의 마지막 구절 나는 길 한복판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람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처럼 매 순간 방향을 몰라 허둥거리며 겅중겅중거리는 날들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황석영 작가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애환을 사실적이고 진솔하게 잘 표현하는 작가인 것 같다. 이번 작품 <해질 무렵>에도 나이 든 건축가 박민우를 통해 70~80년대 근대화와 군사정권 시대의 어두웠던 사회상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음식점 알바와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연극무대에 매달리는 정우희를 통해 암담한 현실에서 벗어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막상 현실은 그럴 여유를 허용하지 않아 밀림 속의 맹수들 틈에서 잔뜩 움츠린 채 눈치만 발달한 작은 포유류(37)’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힘겨운 청춘들의 삶을 민낯으로 보여준다.

 

하루가 저물어갈 무렵(해질 무렵), 뭔가 스러지는 듯하기도 하고,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시간이다. 가끔은 애틋하다거나 이유를 알 수 없는 서러움이 복받쳐 오르기도 하고, 또 가끔은 쓸쓸해지기도 하고, 더러는 이제 치열한 하루를 완성하는 시간이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기도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무어라 명료하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머물게 되는 시간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해질 무렵이라고 한 것이 아닐까. 힘들고 복잡하게 살았던 시간이기도 하고, 앞이 불분명한 시간이기도 하고,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명료한 것도 아닌 안갯속 같은 시간, 치열하게 살아내야 하는 버리거나 벗어날 수 없는 삶과 해질 무렵은 참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

 

해질 무렵의 다양한 느낌처럼,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사는 사정에 얽힌 이해관계가 있기 마련이고 그 관계의 접점이 없으면 친척 간에도 제삿날 이외에는 만날 일이 없는(11)’ 익명의 관계 속에서 다양한 군상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뜻밖의 접점으로 동질감을 느끼거나 관계가 형성되기도 하고, 전혀 관계없는 것도 아니고 관계 깊은 것도 아닌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일종의 수기야, 그래, 잘 견뎠다, 잘살고 있다며 나를 위로하며 다독이(185)’는 글을 쓰는 주인공 박민우를 사랑했던 여인 차순아처럼. 나도 잘 견뎠고, 잘살고 있고, 잘살 거야 라는 인사를 내게 건네 본다. 그리고 비슷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인연에게 인사를 건넨다. 우리 모두는 해질 무렵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니까.

 

2021_0524_달날

유스티나 푄Fhon

 

#독후감#황석영#해질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