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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숲을 거닐며 ◈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오주석), 2009, 월간미술

 

2005년 지병으로 타계한 후에 '오주석 선생 유고간행위원회'에서 생전에 '동아일보'에 1주일에 한 번씩 연재한 작품들 중에 21편 그리고 잡지 '북새통' 등에 실린 6편을 더하여 전체 27편을 소개한 책이다. 

그림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가끔씩 그림을 보게 되면, 그저 내 느낌대로 편안해 보인다거나 분위기가 맘에 든다 하는 정도로 감상하는 데 그쳤었는데, 더구나 서양 그림들에 대한 소개는 이러저러한 과정을 통하여 종종 보곤 하였지만, 한국화에 대하여서는 제대로 들여다 볼 기회가 드물었는데, 이번에 잡은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은, 그동안 우리가 어딘가에서 한 번쯤은 본 적이 있는 그림들을 그 속에 담긴 이야기과 화법까지 포함하여 맛깔스럽게 표현하고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덕분에 한국화와 조금은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물론 이즈음에 이런 류의 책들이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것들이 있어 김홍도나 신윤복 등의 그림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는 방법들을 따라 읽다 보면 재미 있게 우리 한국화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에, 이번 책읽기가 솔직히 아주 새롭고 처음 있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만이 지닌 장점(?)이라면 이 분야에서 아는 분들 사이에선 몹시 아까워 하며 존경하던 분(오주석)의 자상하면서도 간결하고 재치 있고  편안한 문장이 주는 편안함과 흥미로움과 간결함으로 인아혀  더욱 즐거운 책읽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신문에 싣기 위해 원고지 7장의 짧은 분량으로 작성한 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담긴 작품의 내용이며 해석이 간결하면서도 맛깔스럽기까지 한 것은 물론이요, 흥미를 잡아 끄는 표현에서는 저절로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었고, 책 속으로 깊이 깊이 빠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김홍도, 신윤복에서부터 시작해서 이름이 생소한(내 경우에) 김수철, 변상벽 등의 작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실린 27편의 그림 이야기를 따라 가노라면, 재치 있고 맛깔스런 오주석의 설명으로 인하여 한국화에 촉촉히 젖어드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진작에는 몰랐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알게 된 오주석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이고, 떠나간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생전에 작가가 써 두었다는 서문을 포함하여 글을 엮어준 이들이 참 고맙게 여겨진 시간이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나처럼 한국화에 문외한이거나 한국화 하면 무조건 조금은 고루하고 재미 없을 거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끝가지 그런 편견을 버리지 못하고 지냈을지도 모르는 일이므로!

 

책에 소개된 작품 순서가 아닌 작가별로 묶으면 다음과 같다.

 

신윤복의 '월하정인도', '미인도' 

김득신의 '야묘도추도'

김수철의 '하경산수도'

이정의 '풍죽도'

김홍도의 '황묘농접도', '씨름', '해탐노화도', '송하맹호도', '소림명월도', '마상청앵도'

강세황의 '자화상', '영통동구도'

김정희의 '세한도'

장승업의 '호취도'

정선의 '금강전도', '통천문암도', '만폭동도'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변상벽의 '모계영자도'

김명국의 '답설심매도', '달마도'

이인문의 '송계한담도'

이재관의 '오수초족도'

작자 미상의 '이재 초상', '일월오봉병'

 

이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소림명월도(疏林明月圖)가 제일 맘에 들었다. 오주석 선생의 설명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림이 나를 오래 붙잡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아래에 덫붙여 놓은 작품이 '소림명월도'이다. 그 아래 붙여 놓은 사진은 유독 해질 무렵의 그 분위기에 감수성이 발동해 많이 슬퍼하고 쓸쓸해하고 힘들어하는 내가 담은 사진이다. 이런 내 정서가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바로 연상되어 가장 맘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이번 책 읽기는 아주 오랫만에 맘이 순해지고 편안해지고 가지런해지는 좋은 시간이었다 해야겠다.

다른이들에게도 꼬옥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2012. 12. 11. 달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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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첫 작품으로 신윤복의 '월하정인도(月下情人圖)이다.

이것도 참 오랫동안 들여다 봤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