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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숲을 거닐며 ◈

헬프1 - 캐스린 스토킷(문학동네)

 

 

 

 

 

 

 

 

[The HELP(헬프)] -캐스린 스토킷- (문학동네, 2011)

 

  인종차별 문제는 우리 나라와는 상관없거나 혹은 그리 직접적인 관계를 지닌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거 같다. 아니 요즈음 들어 부쩍 늘어난 외국인 노동자라든가 다문화가정 등의 문제와 관련한 뉴스라든가 영화 등 소식들을 접할 때 우리 나라도 이제는 단일민족이라는 말만 붙잡고 있을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았거나, 이 시대는 그야말로 말 그대로 글로벌 시대이니 단일민족 어쩌고 운운하는 자체가 필요없고, 차라리 지구촌 한 민족이라고 지칭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 본다거나 하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부끄럽지만 솔직한 고백이라고 해야겠다.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며 책 속으로 빠져들어가 그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소설은 흑인 지도자들이 시민권 운동을 벌이던 시기인 1960년대 미국 남부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백인 가정의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자기 아이는 남의 손에 맡겨지거나 혹은 그냥 방치해 둔 채 백인 가정에 와서 온갖 차별과 모욕을 당하며 일해야 하는 흑인 여성들. 그렇게 키운 백인 아이들이 성장하면 제 부모와 똑같이 유색인들을 부리며 차별하는 존재로 자란다는 서글픈 이야기를 비롯하여, 전염병이 옮을까 걱정되어 유색인을 위한 화장실을 따로 지어 분리하는 모욕적인 일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불평등한 상황들, 즉 약자이기 때문에 속절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억울한 이야기들을, 백인이지만 정신이 깨어 있는 '미스 스키터'와 흑인 가정부인 '아이빌린', '미니' 이 세 명의 시각으로 담담하게 그려내어 당시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게 만들어 주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가져다 준다. 인종, 남녀, 계급에 대한 차별을 보여 주며, 그에 도전하는 세 여인에게서 작지만 희망을 보게 되고 그리하여 더욱 진한 감동을 가져다 준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데, 이미 영화를 먼저 본 사람들이 많다는데, 지금 볼까 말까 고민중이다.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려낸 풍경들이나 상황들로 충분히 아름다울 것 같기도 하고, 실은 그동안 책을 읽고 영화를 본 경우에 개인적으로 거의 모든 것에서 실망이 더 컸던 까닭에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영화의 장면 몇 개 본 것으로 접을까 생각 중이다.

 

  책을 읽으며 여러 곳에서 밑줄을 긋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몇 군데만 데려다 놓는다.

 

- "그게 내 일이야. 스키터! 너도 나만큼 잘 알잖아. 인종 통합주의자들을 끼고도는 단체가 판매하는 파운드케이크는 한 조각도 팔리지 않을 거야!"

"힐리." 나는 힐리가 이 질문에 뭐라고 답하는지 듣고 싶다. "그 파운드케이크를 팔아서 번 돈은 누구한테 주는데?"

힐리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프리카의 굶주린 가난한 아동이잖아?"

나는 힐리가 이 말의 모순을 깨닫기를, 해외의 유색인에게는 돈을 보내지만 타운의 유색인은 외면한다는 모순을 깨닫기를 바란다.  (77-78쪽)

 -->이런 모순이 또 어디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나 또한 얼마나 많은 모순을 지어내며 살고 있는 것일까?

 

- 미스 스키터는 내(아이빌린) 시선을 피하며 메마르게 웃는다. "지나간 일은 마음에 안 둬요,"  그녀는 허탈하게 웃는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 누구나 마음에 두기 때문이다. 흑인이나 백인이나 모두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잊지 못한다.

 -->사람은 다 똑 같다. 인종, 성별, 지위를 막론하고 다! 특히 맘자리에 관하여서는. 겉으로 강해 보인다 해서 마음 안에 상처를 덜 받는 건 아니다.

 

- 우리는 아이의 방으로 가서 우리가 즐겨 앉는 자리에 앉는다. 내가 큰 의자에서 일어나면 아이도 내 무릎에서 일어나며 까르르 웃고 까분다. "그 갈색 포장지 이야기해 주세요. 선물 이야기요." 아이는 우쭐우쭐한다. 아이는 몸을 꼼지락거려 내 무릎에서 폴짝 뛰어내린다. 그리고 다시 기어 오른다. 그건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인데, 내가 그 이야기를 하면 아이는 선물을 두 개를 받는다. 나는 내 피글리 위글리 식료품 봉투에서 갈색 포장지를 뜯어, 그것으로 사탕 한 알 같은 자그마한 것을 싼다. 그리고 흰색 콜스 드럭스토어 봉투를 뜯어 또 한 알을 똑같이 싼다. 아이는 포장지 벗기는 이야기를 정말 진지하게 듣고, 나는 중요한 것은 포장지 색깔이 아니라 그 속에 무엇이 들었는가 라고 말한다.   (102쪽)

 -->내게 하는 당부. 진정 소중한 것은 내면이라는 것을 늘 잊지 않는 마음을 지닐 것. 겉모습이 먼저 보이려 할 때마다 잊지 말고 떠올릴 것.

 

 

 

 

 

 

 한참 무더웠던 날 읽은 책의 소감을 이제서야 썼다. 올 들어서는 제대로 된 기록을 남기지 못하고 그냥 넘어간 경우가 너무 많았다. 올 들어서 터무니없이 많이 주어진 내 역할 때문에 여유롭게 뭔가를 정리해서 기록할 시간이 없었던 까닭도 있었고, 점점 꾀가 나서 게을러진 까닭도 있다. 하지만 이 책만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꼬옥 내 문학의 숲에 저장하고 싶었다. 이렇게라도 엉터리 같은 소감을 남기고 나니 왠지 맘자리가 뿌둣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2012. 9. 5. 물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