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쁜 날들입니다. 참 고운 계절입니다.
하늘은 푸른 물 뚝뚝 듣는듯하고 바람은 까슬까슬하니 시원하고, 햇살은 따끔따끔 튕겨들고,....
이보다 더 좋은 느낌이 드물겠다 싶습니다.
그대, 안녕하신가요?
평안,.... 하신가요?
거리를 걷다 문득 귓바퀴를 타고 스며드는 음악에 한 번 쿵.!
무심히 올려다 본 풍경에 다시 쿵..!!
식탁에 고이 놓인 맛깔스런 음식 앞에 두고 또 쿠궁...!!!
맘자리 곳곳에 울림이 난무합니다. 피멍이 들고야 말겠습니다.
또 가을이 되었으니, 그예 이렇게 이쁜 날들이 오고야 말았으니
이 사람, 다시 앓아야겠습니다.
바빠 죽겠다고 입으로 연신 삐죽거리겠지만, 손오공 분신술이라도 써야겠다고 종종거리겠지만
바쁘거나 말거나 맘자리는 바람따라 구름따라 휘청휘청 흔들리울 거라는 거 잘 알고 있으니까요.
당신은 이 맘자리 죽어도 이해 못하겠다 하시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또 앓고야 말 거라는 거
이제는 잘 아시지요?
이미 이 일은 제겐 배냇병 같은 거라는 거 아시잖아요.
한 차례 진하게 앓겠습니다.
한 차례 제대로 앓아주지 않고는 이 계절을 보낼 수도 없도 지울 수도 없을겝니다.
그립다 외롭다 넋두리 하거들랑, 인심 한 번 써 주실런지요.
다독다독 쓰담쓰담 어루만져 주시거나 살포시 안아 주시거나요.
지금은 냉철하고 논리적인 당신보다 나만큼 감상적인 당신이면 좋겠습니다.
가을이, 그예 오고야 말았습니다.
가을을 마주하고 그대를 그립니다.
사랑합니다.
2012. 10. 4. 나무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