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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숲을 거닐며 ◈

《경애의 마음》―김금희

경애의 마음》―김금희

 

공상수와 박경애는 연결고리가 있다. 고등학교 때 화재 사고로 친구(경애에게는 ‘E’)를 잃고 운 좋게 살아남은 김경애. 같은 친구(공상수에게는 은총’)를 잃은 공상수는 낙하산으로 반도미싱에 들어가고, 회사에서 두 사람이 만난다. 그들의 마음 한켠에 매달려 있는 연결고리가 이어지면서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마음을 보듬어준다.

 

공상수는 '언니는 죄가 없다' 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며, 여자들의 연애상담을 하는 이른바 언니로 활동하고 경애 또한 여기 회원이며, 대학 때 연인이었지만 지금은 유부남인 산주와의 사랑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누구를 인정하기 위해서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어. 사는 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 같은 거니까. 각자 발을 굴러서 그냥 최대로 공중을 느끼다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내려오는 거야.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그저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는.”(27) 게 인생일 텐데, 그 각자의 발을 구르는 일이 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게 삶의 함정이겠지. “현실의 효용 가치로 본다면 애저녁에 버렸어야 했을 물건들을 단지 마음의 부피를 채우기 위해 가지고 있는 마음”(58) 같이 끝난 연애와 관계된 것들을 하나도 버리지 못하는 경애. “마음이 끝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60) 것이기 때문일까. “어떤 사랑은 멈춰진 기억을 밀고 나가는 것만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 사라진 누군가는 그렇게 기억하는 사람의 인생에서 다시 한번 살게”(161)되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잊는다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불가능한 것일지도. 다만, 잊었다고 스스로에게 착각을 부여하며 살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페이드아웃되는 일이 다른 이에게는 아닐 수도 있”(201)으므로. 그게 경애의 마음이고, 우리의 마음일 것이므로.

 

경애와 상수의 마음을 교차로 보여주며 그만두어야 되는 줄 알면서도 정리를 못하는 마음과 아무것도 못하는 마음과 그냥 기다리는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220126_물날

유스티나 푄Fh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