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강화길 장편소설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작품.
주인공 진아의 시선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들인 수진, 유리, 동희, 현규가 있다. 진아와 어린 시절을 함께해 서로의 밑바닥까지 알고 있는 수진, 모든 남자에게 쉽게 마음을 열어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을 가진 유리, 안진 유지의 아들로 모든 걸 갖춘 현규,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권력 앞에 조아릴 줄 아는 동희. 소설은 이들 네 명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서술되며 씨줄 날줄로 엮여나가는 이야기.
나 자신을 한 발짝 물러나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함을 느낀 시간. 다른 사람을 바라보듯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으로 대접받고 있다는 기분이, 아무도 없는 허름한 빈집 같은 마음에 반짝거리는 불빛이 스며든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21)
*나를 가장 깊이 속인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다. 사람은 그렇게 누구든 속일 수 있다.(148)
*“수진아, 사람 믿지 마라. 네 남편도 믿지 마라. 지금은 널 아끼니까 뭐든지 해주고 싶고, 하려고 하겠지. 하지만 사람은 자기가 준 건 절대 안 잊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호의를 절대 잊지 않아. 상대가 어떻게 느끼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 빚을 진 거다.(223)
*함부로 대해야 하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296)
<사족> 내 개인적인 독후감보다는 책 뒤에 실린 여러 사람들의 추천의 글 중에서 한 사람의 글을 옮기는 것으로 대신~!
◈추천의 말 _서영인(문학평론가)
데이트 폭력, 온란인 댓글 테러, 학교 내 성폭력까지, 사적 체험 깊숙한 곳을 헤집는 사회적 폭력의 여러 형태들을 작가는 집요하게, 끝까지 추적해나간다. 그 집요한 시선이 가닿는 지점이 ‘자기 이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소설은 성폭력 가해/피해의 내적 구조를 파헤치는 동시에 그러한 구조 내에서 상처 입고 위축되고 왜곡된 피해자의 심리를 객관화하면서 ‘자기 이해’의 길에 다다른다. ‘자기혐오’와 ‘피해의식’과 ‘자기방어’를 오가며 자기를 이해하려는 안간힘은 안타깝고도 감동적이다. 관계 속에서 구축되고 지속되는 폭력이 내상을 불안하고 고통스럽게 확인하면서 우리는 개별적 삶의 자존이 결코 단독적으로 완수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진아’를 비롯한 여성 인물들의 ‘자기 이해’가 ‘타자 이해’로 이어지는 광경,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사회적 폭력에 마주 서는 광경을 읽으면서 우리 문학의 ‘여성적 주체성’이 한층 더 명징해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 문학의 숲을 거닐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애의 마음》―김금희 (0) | 2022.01.26 |
---|---|
《무엇이든 가능하다》―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0) | 2022.01.26 |
《이만큼 가까이》 ―정세랑 장편소설 (1) | 2022.01.10 |
라틴어 수업 -한동일 지음 (0) | 2021.12.22 |
《당신 없는 나는?》 (0) | 2021.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