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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아주아주 오래 전, 새를 작정하고 보러 다니지 않던 때, 방학만 하면 며칠씩 사진여행을 떠나곤 했더랬다. 그렇게 사진여행을 하러 남녘의 어느 사찰에 오르던 날이었다. 길을 막고 열심히 바닥에서 뭔가를 먹는 새가 있었다. 두툼한 부리로 오물오물. 그러느라 부리 주변은 딱 저 녀석처럼 뭔가가 잔뜩 묻어 있더랬다. 그날 함께한 이가 '콩새'라고 이름을 알려주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녀석을 볼 수 있는 건 엄청난 행운이라면서. 그때 내 손엔 50미리 단렌즈를 물린 카메라가 들려 있었는데, 그걸로도 지금 저 녀석보다 더 선명하고 크게 담을 수 있었다. 지난 번 전시회 준비를 하느라 사진첩을 뒤적이다 그 사진을 다시 보게 되었다. 사진 속 녀석의 눈을 보는 순간, 지워졌던 기억이 고구마 줄기에서 주렁주렁 열매가 딸.. 더보기
#Drongo 2종 1. #Ashy Drongo (231106) 전날 땅거미가 내려앉은 시간에 이 녀석을 만났을 땐, 어둑신한 속에서 그저 어렴풋한 모습만 담아도 기뻤더랬다. 다음 날 아침 KinabaluPark에서 저 빨간 눈과 고운 깃을 다시 만났을 때, 이쁘게 담을 수 있었을 때, 어찌나 기뻤던지... 지금 다시 봐도 좋다. #AshyDrongo #Sabah #Borneo #Malaysia #KinabaluPark #bird #birdphotography #birdholic #탐조 #새 #새보기 #탐조여행 2. #GreaterRacquet-tailedDrongo (231108), (231109) 꼬리가 이름값 제대로다~! PoringHotSprings에서 처음 만났을 때, 저 긴 꼬리만 겨우 확인하고 제대로 담지 못해.. 더보기
#중얼중얼 눈이 소복히 쌓여 있고 바람까지 부니 모든 성장이 멈춰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속으로 조금씩 조용히 자라고 있으리라. 내 발소리, 새들의 지저귐, 바람의 짓궂은 장난이 빚어내는 소리 외에 일체의 소음이 없는 고즈넉한 이 순간. 일부러 뽀드득뽀드득 소리내 본다. 볼을 내밀어 차가운 기운을 느껴 본다. 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차곡차곡 쌓으며 생명을 키우고 있을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나뭇가지에 뭔지 모를 생기가 담겨지고 물기가 오르며 새싹들이 간지러운 젓니처럼 비집고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대로 쉽게 봄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는 없다는 듯이 맹렬한 추위가 급습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강렬한 생명의 꿈틀거림을 막을 수는 없겠지. 눈에 보이진 않지만 어딘가에 있다는 그 믿음. 이 순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