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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의 삶 이야기(수필) ◈

단상_《신영복의 더불어 숲》 연수를 듣고

신영복의 더불어 숲》 연수를 듣고

 

“바닷물이지만 컵에 담긴 물은 이미 바다가 아니다.”

⇒ 연수 초반에 나온 글귀로, 여전히 같은 마음으로 기억하고 있는 나를 질책하여 정신 바짝 차리고 나를 객관화 시켜서 들여다보게 만든 말이다. 사람이 같다고 해서 사람의 마음까지 여전히 그대로인 것은 아닌데, 게다가 같은 경험조차 각자에게 다르게 의미 부여가 되고 기억 되는 것인데, 여전한 마음으로 지나간 시간에서 한 발자욱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나를 채근하여 주던 말.

 

“함께한다는 것은, 한 개의 나무 의자를 나누어 앉는 것이며, 같은 창 앞에 서는 것이며, 같은 언덕을 오르는 동반(同伴)입니다.”

⇒ 헛산 것 같진 않은데 당최 헛산 것 같아서 내내 헛헛하던 맘자리 때문일까. ‘함께’라는 말이 유독 크게 다가왔고, 작은 것이라도 같이 나누고 힘겨운 시간을 더불어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를 생각했던 글귀. 지금 나와 함께인 존재들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한 시간. 그러다 보니 헛살진 않았더군. 아니 외려 자알 살았더군. 쓰담쓰담, 내게 보내는 칭찬~!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다.”

⇒ 이 말 역시 함께라는 말과 함께 마음을 어루만져준 글귀. 사소한 일이든 큰일이든 함께 비를 맞아주는 이가 있다는 건 축복이고, 가만 생각해 보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있고, 나 역시 다른 이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려고 애쓰며 살고 있으니, 세상은 더 살아볼 만하구나 싶다. 가끔은 자기만 들여다보느라고 내가 내민 손을 잡지 않는 존재들도 있지만, 우산을 함께 들어줄 내가 있다는 걸 언젠가는 알겠지.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언제든 함께.

 

“추억에 인색하지 말아야 하는 까닭은, 추억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뜻밖의 밤길에서 만난 다정한 길동무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억은 과거로부터의 여행이 아니다. 같은 추억이라도 늘 새롭게 만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추억을 불러오는 이유는 아름다운 추억이 안겨주는 위로와 정화, 그리고 작은 추억의 따뜻함이라 할 수 있다.”

“불행이나 고통 비극을 겪는다는 게 그걸 견딘다는 게 반드시 그만한 길이, 그만한 크기의 기쁨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에 비하면 아주 작은, 작은 기쁨이 있더라도 충분히, 충분히 지탱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래서 막상 부딪쳐 보면 멀리 떨어져 있을 때보다 훨씬 더 공포가 줄어든다는 걸 느낄 수 있고, 깜깜한 끝이 안 보이는 동굴을 걸어 들어가고 그건 암담한 느낌이 있는데 의외로 그 엄청난 무게나 암담한 고통도 아주 작은 하나의 추억이 충분히 지탱할 수 있게 만들어요. 그래서 난 아름다운 작은 추억의 가치에 대해서 인색하지 않아요. 여러분도 아마 아름다운 추억들을 많이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게 언젠가는 빛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신영복 선생의 강연 내용 중 채록)

“내가 왜 감옥에서 죽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감옥 창으로 들어온 아주 작은 신문 한 장 크기의 한 조각 햇살 때문이었다.”

⇒ 아무리 큰 고통이라 하더라도 그 고통의 크기만큼 큰 기쁨으로만 극복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주 작은 기쁨으로도 충분히 큰 고통을 이겨낼 수 있다. 결국 이 이야기는 우리가 아주 작은 일상의 조각들, 작은 만남들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기억하고 가꿔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2021_0621_달날

유스티나 푄Fhon